[넷플릭스 길위의 셰프들] 광장시장 맛집 고향칼국수
평일에 방산 시장 매장에 다녀오면서 광장시장에서 점심을 한 끼 해결하기로 했다. 설 명절이 다가와서인지, 평일 점심임에도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시간이 남아 시장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 둘러본 곳은 2019년도에 방영되었던 넷플릭스의 '길 위의 셰프들'에 나온 고향 칼국수였다.
사실 눈에 많이 띈 것은 고향칼국수 보다는 고향칼국수 매장을 빙 둘러싼 사람들의 인파와 곳곳에서 신기한 듯 쳐다보면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 광경에 먹어보고 싶어졌다.
2023년 1월 구정이 다가오는 평일의 가격이다. 다른 것은 비슷한 가격이었으나 칼만두(칼국수+만둣국)만 가격이 올랐는가 보다. 요즘 대학가 한 끼 식사 비용도 평균 8,000원이 넘는 요즘 한 끼 식사비용이 6,000원과 7,000원이면 가격은 일단 착하다.
시장통에 있는 음식점이라는 자주 접할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기도 했다.
방산 종합 시장에서 청계천 다리를 건너 광장 시장 먹자골목으로 들어오면 고향칼국수를 만날 수 있다. 명절이 다가와서인지 아니면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평일 인파 치고 사람이 매우 많았다. 좌측에 있는 넷플릭스 광고 사진과 주인 할머니의 사진이 걸려 있다.
길게 늘어진 줄을 보니 얼추 30명은 족히 넘었다. 물론, 빙 둘러앉은 사람들은 족히 25명은 되었는데 기다리는 인파도 그리고 고 비좁은 작은 공간에 5명이라는 아주머니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 음식 맛이 궁금해졌다.
맛집을 좋아하지만 1시간 이상 기다리면서 먹고싶은 생각은 딱히 없었지만, 시간상 회전율로 볼 때 20분 이내에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살마이 많은 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혼자 방문해서 1자리 비는 빈자리를 우선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행운이라고 했어야 하나? 사람이 길게 늘어서 있어 자리의 선택권은 없었으나 나름 뷰가 괜찮은 칼질 뷰 자리였다. 반대 편 자리는 설겆이 뷰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고향칼국수 할머니의 칼질하는 모습을 보며, 수백 개의 손만두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다릴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포장마차 형식으로 된 곳은 인원이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 인원이 많으면 3명만 되어도 같이 앉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 광장시장의 포장마차의 큰 특징(?)이라면 좌석들이 다 열섬이 깔려 있는 좌석이라는 것, 특히 겨울철에 따뜻한 의자가 추운 겨울 날씨 몸을 녹여 준다.
칼질하는 칼국수 도마 옆에는 엄청난 양의 칼국수 반죽들이 숙성되어 있다. 사람이 많은 만큼 아주머니가 도마를 보고 칼질을 할 시간이 없다. 옆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석봉 어머니처럼 부지런한 칼질을 이어가고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주문한 칼만둣국이 나오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진으로 광고하고 있는 것은 어디서 사진을 빌려온 것인지 아니면 외부 업체의 사진을 이용한 것인지 실물과 똑같은 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보이긴 하다. 인기가 많아서 너무 바빠서인지, 아니면 가격을 올리지 못해서 고명들을 많이 뺀 것인지, 사람은 많고 국수를 말아주는 인력은 딱 2인뿐이라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격은 일단 착하니까. 그리고 사진과 메뉴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으니 넘어갈 만한 내용이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주는 것은 결명자차. 추운 날씨라 따뜻한 국물이 필요했으나 찬물을 주었으니 일단 맛은 봐야겠지? 일단 결명자차는 맛있다. 결명자는 언제나 옳다.
드디어 기다리던 칼만둣국이 한 그릇 나왔다. 칼국수면에 손만두는 2개가 들어있다. 만두피는 살짝 두툼하고, 칼국수 면 역시 두툼하다. 어찌 보면 우동면보다 두툼한 면도 있다.
일단, 비주얼로 보면 그냥 딱 저렴한 가격에 걸맞는 양이다. 성인 남성이 먹기엔 조금 적을 수도 있는 양이고 양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칼국수 면은 가락국수면보다 두툼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맛이 있다. 어찌 보면 빵과 떡의 중간쯤 되는 찰기로 면이 찰랑찰랑 한다.
개인적으로 넓적한 칼국수면은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숙성이 덜 된 밀가루 반죽에 들러붙지 말라고 덕지적지 뿌린 밀가루가 물에 불면서 끈적끈적하게 생긴 글루텐 육수 덩어리들, 그 끈끈함이 싫어서 칼국수를 잘 안 먹었는데 고향칼국수의 면발은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칼국수 면을 수 십개 삶으면서도 육수가 깔끔하다. 어찌 보면 손칼국수의 걸쭉한 국물맛보다는 잔치국수의 깔끔한 멸치육수맛이 도드라진다.
칼만둣국을 시켜서 칼국수 이야기는 했으니 만두 이야기로 넘어간다. 만둣국에 들어 있는 만두는 2개, 하얀 만두와 김치 만두 두 개가 들어간다. 손만두 6,000원짜리를 주문하면 만두 6개를 주더라. 손만두는 만두피가 생각보다 더 두툼하다. 많이 만들기 위해서인지 끝단 부분이 생각보다 면적이 큰 편.
만두소는 고기만두라기 보다는 두 부 소가 들어가는 만두, 김치만두에는 김치와 두부가 들어간다. 고기는 갈아서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기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천천히 먹고 싶었으나 주위를 뺑 둘러싼 인파의 시선에 등을 돌린 채 식사를 하니 사진을 찍거나 여유롭게 먹을 수가 없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재미있었던 해프닝 중 하나는 외국인 관광객이 계산은 이미 했으나 칼국수는 맛보지 못했다는 것, 아마도 선불 계산을 해야 국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계산부터 하고 차례줄 밖에서 대기했으랴.
광장시장의 명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맛보아도 좋을 국수맛이다. 다만, 두툼한 칼국수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호불호가 갈릴 집이다.
만두 역시 만두피가 두툼함에도 숙성된 반죽의 만두피로 인해 쫄깃함이 있으나 개인적으로도 있는 듯 없는 듯한 얇은 만두피를 선호하는 터라 두툼한 만두피를 싫어하거나 두부와 채소로 만두소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에 느끼기 어려운 포장마차의 감성,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야외 식사의 감성은 있기에 한 두 번쯤은 방문해도 좋을 장소라 생각한다. 시장통에서 점심을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시간쯤 되면 대부분의 포장마차에 음식 재료가 산더미만큼 쌓여 있다.
빠른 회전률을 자랑하는 광장시장의 점심식사! 가끔은 이런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